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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2.19 미흡했던 친절 2 -_-
퇴근을 하고 지하 주차장 2층에 차를 댄 후에 아파트현관으로 올라왔다.
내가 들어가기 전 어떤 남자아이가 퓽~ 하고 튀어 나와 뛰어간다.

별 생각없이 들어가서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앞에는 어떤 여자분이 아이와 아이가방 등을 들고 서 계셨다.
그 아이는 우리 준석이 보다 훨씬 큰 아이였다. 대략 6~7살?
엄마에게 안겨서 축~ 늘어져 잠들어 있었다.

엘리베이터는 3층에 서 있었다.
한참 후에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고 4층에 섰다.
한참 후에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고 5층에 섰다.
한참 후에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고 6층에 섰다.

어렵쇼 -_- 뭐야 이거.

앞에 서 있는 아이를 안고 있는 엄마분이 힘들어보였다.
내가 훨씬 작은 준석이를 안고 있는 상황이라도 너무 힘들거라 생각했다.
근데 앞에 엄마품에 안겨 자고 있는 아이는 준석이보다 훨씬 무거워보였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엘리베이터는 아직도 8층에 머물고 있었다.
한참 후에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고 9층에 섰다.

분명 내가 들어오기 직전 튀어나간 그 어린놈이 내리면서 전층의 버튼을
눌러놓은 것이다. 아주 나쁜 놈이다.

나도 짐을 들고 있었다.
무릎을 풀어봤다. 요 며칠 무릎상태가 꽤 괜찮았던듯 싶다.

엘리베이터는 10층에 서있고, 내 앞에 잠든 아이를 안고 있는 엄마가 서 있고,
나는 준석이를 안고 힘들어 했던 내가 생각났다.

더 생각할것이 없었다. 계단을 향해 뛰었다.

'13층 쯤에서 잡는다'

이게 계획이었다.

마트에 들려 산 고구마와 애호박을 휘날리며 계단을 뛰어 올랐다.
심하게 아플땐 걸어서 계단 1층 올라가기도 힘들던 무릎 상태도 괜찮았다.

'13층 쯤에서 잡는다!'

딱 6층 까지였다. -_- 6층 까지는 정말 잘 뛰어 올랐다. 무릎도 괜찮았다.
이 이후 16층인 우리집까지 올라오는데........

'정말 죽어버리는 줄 알았다'

심장이 터질듯 아팠고, 숨은 턱까지 차 올랐다. 며칠 괜찮았던 무릎은
미친듯이 욱씬거렸고, 뼈만 남기고 근육들이 모두 출타중인것 같았다.

호기는 6층 까지였고, 그 이후 16층 까지는 정말 비참하게 기어올라왔다.

'정말 죽어버리는 줄 알았다'

중간에서 엘리베이터를 잡는 다는 계획은 포기한지 오래지만
16층에서 방화문을 열고 들어서 엘리베이터를 보니 19층 이었다.

완전 기진맥진해서 집에 들어섰다.

'흐...악....헉..헉..헉....푸하....'
'와 헐떡거리노? 뛰어왔나?'
'흐...하...저...헉헉...이...따...후아...이따 얘기...ㅎ아....할께'

하고는 안방 침대에 외투도 못 벗고 누웠다.
아 정말 뼈와 살이 분리된듯한 기분이었다. 원래 고질적인 무릎은 살을 모두
발라내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마라톤 완주한것 같은 고통이 대략 30분 -_- 은 지속된 듯 하다.

이후 침대에서 내려와 서 있지도 못하고 주저앉아서 상황을 얘기했다.
와이프가 어이없어 했다. 무릎도 안 좋은 사람이 그런 말도 안되는 짓을 했냐고.
무모한 짓 절대 안하는 사람이 정말로 무모한 짓을 했다고.

내가 생각해도 정말 무모했다.
나는 사실 정말 준석이를 안고 힘들어 하던 내가 투영되었고,
그 상황이 나였다면 너무 화가나고 힘들었을것 같다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빨리 엘리베이터를 타게 도와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근데 내가 했던 결정적인 실수는 무릎만 버텨준다면 내 체력이
20대 때와 같을 거라고 생각했던 거다.

원래 젊을땐 어지간하면 엘리베이터를 안타고 계단을 사용했던 터라
정말 13층 정도까지는 논스톱으로 뛰어 올라갈 수 있을꺼라 생각했다.

하아....

'그 아이엄마가 오빠야의 친절을 알기나 하겠나? 차라리 짐이나 들어주지.
 에그 저 사람 짐도 안 들어주고 혼자 계단으로 가네. 그렇게 생각하는거
 아닐까?'

-_-

그렇네.

한참을 더 힘들어 하다가 왼쪽무릎에 파스 두개 붙이고 잤다.

이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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