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사춘기라는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정도로
딱히 특별했던 기간이 없었던 것 같다.

언제였을까?

반에 있는지 없는지 몰랐던 아이에서
갑자기 말이 많아졌던 국민학교 6학년?
일년사이 8센티를 컸던 중학교2학년?
한달이 넘는 방학기간 내내 소집일 딱 하루 외출하고
단 한번도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칩거했던 고1?

중학교1학년때
저녁에 많이 울었다.

만일에 전쟁이 난다면, 그래서 내 아는 사람들이 죽는다면.
긴 시간이 흘러서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신다면
그래서 식구들을....그래서 아는 사람들을 더 볼 수 없게 된다면.
이런 생각을 정말 많은 밤동안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많은 날 컴컴한 방에 누워 눈물을 흘리다 잠들었다.

그때 였던 것 같다.

나에게 죽음이란 '더 볼 수 없다는 것'이었고
내가 눈물을 흘린건 '죽음'이란 말이 주는 뉘앙스보다는
그 소멸로 인해 파생되는 '더 이상 볼 수 없음'이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땐 왜 그랬을까?

그땐 이사를 갈 때에도 집의 먼지...서랍속의 죽은 벌레까지
모두 챙겼다. 내 근처의 존재들이니까.
그 존재들이 사라지면 '더 이상 볼 수 없음'이 되니까.

-----------------------------------------------
원래 없던것은 계속 없어도 슬프지 않다.

존재하던 것의 소멸은 슬픔을 동반한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소멸을 향해간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슬프다.
-----------------------------------------------

싸이에 4년 전에 썼던 글이다.

중학교 때에나, 4년 전이나, 지금이나.

나에게 있어 '존재'는 여전히 슬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