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안 먹는다.

사실 원래 아침을 안 먹었던게 아니다.
다만, 다 씻고 준비하고 나가기 직전에 밥먹고 가라고 하면
난 먹을수가 없었다. 시간이 이미 셋팅이 된 상태니까.
그 상황에서 밥을 먹으면 늦는거니까.

그럼 엄마는 '쟤는 아침밥을 안 먹고 다닌다' 하고
묘하게 결혼 후에도 같은 상황은 이어진다.

줄 때 먹지 않으면 나는 '아침 밥을 안 먹는 사람'이 된다.

어쨌든 나는 아침을 먹지 않는다.

회사 근처에 마땅히 밥 먹을데가 없어서
항상 식당한곳에서 순두부를 먹는데
그게 그냥 음식점들에서 많이 파는 공장표 순두부다.
그냥 봉지 뜯어서 끓여 내오는....

원래 순두부찌개를 참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그 공장표 순두부를 일년째 먹으니 이건 뭐....
차라리 최민식이 먹던 '만두'가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암틈 점심을 제대로 못 먹는다. -_- 후아
나 원래 순두부 엄청 좋아하는데....

저녁은 보통 된장찌개에 생선한토막....
보통 생선은 와이프랑 준석이가 먹는다.
그리고 집에서 가져다준 밑반찬 몇가지.

된장찌개도 좋아하는게 맞긴 한데....
가끔은 조개국물 맛이 나는 된장찌개이거나..
혹은 게살 맛이 나는 된장찌개이거나...
또는 쑥이거나....또는 달래거나.....
어느날은 시래기이거나....

그냥 된장 맛 나는 된장국이다.
나름 고추나 호박이 있긴 하다.
맨날 먹으면 그냥 된장국이다.

속이 안 좋아서 가뜩이나 제대로 다 먹지도 못하는 점심도
굶고 하루종일 물 한잔 안마시고 딱 커피 한잔 마시고
퇴근 했다.

씻고 나오니 와이프가 준석이 밥을 먹이고 있었다.
상위에는 밥을 빼고 생오이, 계란후라이 한개, 생선한토막,
며칠전 먹다 남은 참치캔.

'어? 아 준석이 땜에 상을 차리다 말았구나' 했다.

된장찌개를 들고 오라고 했다. 들어다 놓았다.

끝.

처음엔 웃었다. 이런 상도 있구나.
강변하는 아내 말을 듣곤 화가 났다.
그리고 밥상을 물리고는 슬펐다.

정말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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