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을 하고 지하 주차장 2층에 차를 댄 후에 아파트현관으로 올라왔다.
내가 들어가기 전 어떤 남자아이가 퓽~ 하고 튀어 나와 뛰어간다.

별 생각없이 들어가서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앞에는 어떤 여자분이 아이와 아이가방 등을 들고 서 계셨다.
그 아이는 우리 준석이 보다 훨씬 큰 아이였다. 대략 6~7살?
엄마에게 안겨서 축~ 늘어져 잠들어 있었다.

엘리베이터는 3층에 서 있었다.
한참 후에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고 4층에 섰다.
한참 후에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고 5층에 섰다.
한참 후에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고 6층에 섰다.

어렵쇼 -_- 뭐야 이거.

앞에 서 있는 아이를 안고 있는 엄마분이 힘들어보였다.
내가 훨씬 작은 준석이를 안고 있는 상황이라도 너무 힘들거라 생각했다.
근데 앞에 엄마품에 안겨 자고 있는 아이는 준석이보다 훨씬 무거워보였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엘리베이터는 아직도 8층에 머물고 있었다.
한참 후에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고 9층에 섰다.

분명 내가 들어오기 직전 튀어나간 그 어린놈이 내리면서 전층의 버튼을
눌러놓은 것이다. 아주 나쁜 놈이다.

나도 짐을 들고 있었다.
무릎을 풀어봤다. 요 며칠 무릎상태가 꽤 괜찮았던듯 싶다.

엘리베이터는 10층에 서있고, 내 앞에 잠든 아이를 안고 있는 엄마가 서 있고,
나는 준석이를 안고 힘들어 했던 내가 생각났다.

더 생각할것이 없었다. 계단을 향해 뛰었다.

'13층 쯤에서 잡는다'

이게 계획이었다.

마트에 들려 산 고구마와 애호박을 휘날리며 계단을 뛰어 올랐다.
심하게 아플땐 걸어서 계단 1층 올라가기도 힘들던 무릎 상태도 괜찮았다.

'13층 쯤에서 잡는다!'

딱 6층 까지였다. -_- 6층 까지는 정말 잘 뛰어 올랐다. 무릎도 괜찮았다.
이 이후 16층인 우리집까지 올라오는데........

'정말 죽어버리는 줄 알았다'

심장이 터질듯 아팠고, 숨은 턱까지 차 올랐다. 며칠 괜찮았던 무릎은
미친듯이 욱씬거렸고, 뼈만 남기고 근육들이 모두 출타중인것 같았다.

호기는 6층 까지였고, 그 이후 16층 까지는 정말 비참하게 기어올라왔다.

'정말 죽어버리는 줄 알았다'

중간에서 엘리베이터를 잡는 다는 계획은 포기한지 오래지만
16층에서 방화문을 열고 들어서 엘리베이터를 보니 19층 이었다.

완전 기진맥진해서 집에 들어섰다.

'흐...악....헉..헉..헉....푸하....'
'와 헐떡거리노? 뛰어왔나?'
'흐...하...저...헉헉...이...따...후아...이따 얘기...ㅎ아....할께'

하고는 안방 침대에 외투도 못 벗고 누웠다.
아 정말 뼈와 살이 분리된듯한 기분이었다. 원래 고질적인 무릎은 살을 모두
발라내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마라톤 완주한것 같은 고통이 대략 30분 -_- 은 지속된 듯 하다.

이후 침대에서 내려와 서 있지도 못하고 주저앉아서 상황을 얘기했다.
와이프가 어이없어 했다. 무릎도 안 좋은 사람이 그런 말도 안되는 짓을 했냐고.
무모한 짓 절대 안하는 사람이 정말로 무모한 짓을 했다고.

내가 생각해도 정말 무모했다.
나는 사실 정말 준석이를 안고 힘들어 하던 내가 투영되었고,
그 상황이 나였다면 너무 화가나고 힘들었을것 같다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빨리 엘리베이터를 타게 도와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근데 내가 했던 결정적인 실수는 무릎만 버텨준다면 내 체력이
20대 때와 같을 거라고 생각했던 거다.

원래 젊을땐 어지간하면 엘리베이터를 안타고 계단을 사용했던 터라
정말 13층 정도까지는 논스톱으로 뛰어 올라갈 수 있을꺼라 생각했다.

하아....

'그 아이엄마가 오빠야의 친절을 알기나 하겠나? 차라리 짐이나 들어주지.
 에그 저 사람 짐도 안 들어주고 혼자 계단으로 가네. 그렇게 생각하는거
 아닐까?'

-_-

그렇네.

한참을 더 힘들어 하다가 왼쪽무릎에 파스 두개 붙이고 잤다.

이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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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어워드 같은게 있다면 이견없는 최고의 막장으로 등극할 드라마다.

이거 쓰는 작가란 인간...글 쓰는 이로서의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양반이다.
PD라는 양반은 '일일극의 특성상 통속성은 어쩔수 없다'라고 항변 했다는데
지랄 같은 소리다. 언제부터 '막장'과 '통속성'이 같은 단어가 되었을까.

제발 내용 전개를 위한 최소한의 고민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맨날 반복되는 우연에 실제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상황묘사....
해도해도 너무 심하다.

입양한 딸이 알고보니 친딸 사망사고의 원인을 제공했고 더군다나 그 딸의 안구를
기증받고, 그 여자가 사랑하는 사람이 알고보니 사촌과도 사랑하고, 그 사촌은
나중에 죽은 친딸의 애인이었던 남자와 사랑하고.........아 뭐냐 대체 이거.

극히 일부만 써놔도 개막장 스럽다.

그래 이런 상황설정은 일일극의 특성상 그 어쩔수 없다는 통속성이라 봐주자.

이 미친 드라마에서는 산부인과에서 임신여부를 확인할때 화장실에서 오줌 받아서
약국에서 파는 테스터기 담근다 -_-

이런 말도 안되는 설정을 태연하게 끌고 나간다.
그렇게 상황전개에 대해 고민하기가 귀찮냐??

시어머니가 이불빨라고 그랬다고 엄동설한에 고무다라이 내와서 밖에서 찬물에
발 담그고 빠는 건 또 대체 무슨 설정이냐.



친엄마 백혈병에 시어머니도 백혈병, 백혈병이 언제부터 전염병이었냐.
그 어렵다는 골수일치도 벌써 4명이나 일치한다.  그것도 친인척들 중에서만.

분명 '그럼 안 보면 되지' 라고 하는 사람들 있다.

그래 안 보면 된다.

근데 그 시간대에 퇴근해서 밥먹고 가족들 옹기종기 모여앉아 식사하면서
티비를 틀면 다른 채널 달리 볼게 없는 것이다.
그러니 보던 채널에 대한 충성심을 더해 욕을 하면서도 보게 되지.
또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유해물마냥 살살 긁어대는 통에 '아휴 빌어먹을 드라마'
하면서도 보게 되는 거지.

PD나 작가라는 망나니는 높은 시청율에 진정 행복한지 모르겠다.

근데 길바닥에 누가 똥 싸질러놔도 사람들 모두 지나가며 한번씩 본다.

이 빌어먹을 드라마 누군가 길바닥에 싸질러 놓은 '똥덩어리'에 다름아니다.

포르노보다 아주 유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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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불후의 명곡'에 김창완 아저씨가 나왔다.

워낙 버라이어티에서 보기 힘든 분이라 열심히 봤다. 참 많이 늙으셔다.
나이는 서서히 먹는게 아니라 몇년에 한번씩 어떤 일이 있을때 마다
몇년치를 한번에 늙는것 같다는 생각을 요즘 자주 한다.


'청춘'이라는 노래를 아이 돌때 만들었다고 한다.

"언젠간 가겠지...푸르른 이 청춘, 지고 또 피는 꽃잎 처럼 달 밝은 밤이면 창가에 흐르는 내 젊은 연가가 구슬퍼...."

이런 노래를 아이 돌 때 만들다니.

모든 출연자들도 웃고, 나도 웃었지만 난 너무너무너무 그 심정을 알 것 같았다.



어릴적부터 너무 동안이라 국민학교 4학년 때도 야구장에 미취학 아동이라 속이고 들어가기도 했고, 군대 때 까지도 내 나이보다 서너살은 항상 어려 보였다. 체력이 저질이긴 했지만 그 따위 체력은 오기와 개깡으로 다 커버가 가능했다. 막말로 남들이 30키로씩 들고 날라야 하는 짐이 있으면 나는 10키로씩 세번 왔다 갔다 하면 그만이니까. 힘이 없어서, 체력이 부족해서 남이 할 일 못 한 기억은 별로 없다.

정말 잘 안아팠던 것인지, 어지간히 아파서는 아프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인지 모르지만 그 흔한 결석한번 한적도 없었다. 하다못해 군대에서도 아픈적이 없이 없어서 아프다는 다른 사람 근무까지 대신 서고는 했다. 내 몸 생각도 못하고 또 오기랑 개깡은 얼마나 컸던지. 유격훈련때 장애물하나를 통과 못하고 실패했는데 '실패한 올빼미 중에서 오늘 이거 다시 해보지 않으면 밤에 잠을 못잘것 같다. 하는 사람 나옵니다' 하는 소리를 듣고는 옳커니 하고 냅다 혼자 튀어 나가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또 떨어져서 썩은물에서 뒹굴어야 했다. -_-

후....저질체력이 감당하지 못할 오기를 가졌던 것 같다.

여자들의 부러움까지 받았던 피부는 푸석푸석 거칠어지고, 무릎은 정말 칠순노인네 처럼 쑤시고 아프다. 10층 이하는 무조건 계단으로 뛰던 습관은 2층 이상 엘리베이터로 바뀐지 오래전이고, 쇠도 소화시킬것 같은 뱃속은 이젠 뭘 먹기가 조심스럽다.

젊을땐 뛰면 머리에 후까시준거 망가진다고 걸어다녔는데 이젠 횡단보도 보행신호가 깜박거려서 그거 조금 뛰면 몸이 천근만근이다. 20대 중후반에 한번 폭삭 나이를 먹었던 것 같은데, 30초반을 넘어 서면서 또 한번 늙는것 같다.

준석이랑 윤석이의 티없는 혀도 부럽고,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무릎이 부럽고, 하루종일 놀아도 또 놀자고 보채는 체력이 너무 부럽다.
새하얀 치아도 부럽고, 매끈한 피부도 부럽다.

그리고 이 녀석들도 세월이 지나면 나이를 먹고, 사는 걱정을 해야 하고, 언젠간 아이도 낳고 늙어가겠지.....
하는 생각을 한다.

참....서른 중반에 방정맞기도 하지.




- 청춘 -
언젠간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지고 또 피는 꽃잎처럼. 
달 밝은 밤이면 창가에 흐르는 내 젊은 연가가 구슬퍼.

가고 없는 날 들을 잡으려 잡으려 빈 손짓에 슬퍼지면
차라리 보내야지 돌아서야지 그렇게 세월은 가는거야.

날 두고 가는 님은 용서하겠지만 날 버리고 가는 세월이야
정 둘 곳 없어라 허전한 마음은 정답던 옛 동산 찾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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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경우는 이것이 현실이며, 진실이다. 자이의 경우는 남편 입장에서의 추정치 이므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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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름동안 자전거 지름신님이 강림하셔서 열심히 알아보던 중이었다.
엘리베이터 탈때 남에게 피해 안줄 정도의 크기와 견고함.
듣보잡 아닐것. 묻지마 짱궈...는 사절.

즐긴다는 용도보다 사실 무릎이 계속 더 안좋아지는 것 같아서 운동용으로
하나 장만하려는데 갖고 다니기 무겁고, 엘리베이터에 넣을때 다른 사람한테
걸리적 거리면 잘 안타게 되니까.

사실 스트라이다가 딱 이긴 한데 -_-;;; 그 미칠듯한 가격이란...

그래서 내 물망에 오른게 티티카카 심플, 스몰박스 정도였는데.....
거의 지를 단계에 와 있었는데...

자전거 지름신보다 더 높은 지름신님이 급 강림하셨다.

"산울림 전집 지름신"

돈 없어서 예전에 나온 전집 못지른게 못내 아쉬웠는데
이번 셋트는 산울림의 마지막 앨범이다.

창익 아저씨 돌아가시고 창완 아저씨가 이제 산울림이란 이름으론
앨범을 내지 않으신단다 ㅠㅠ

산울림 전 앨범이랑 동요앨범까지 있다!!

어쩔꺼야 정말.

문제는 20만원대에 육박하는 가격.

지르면 한달 후회. 안 지르면 평생 후회.

답은 이미 있는거긴 하지만 -_-;;; 아아 지름신님 분유값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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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누적된 피로를 주말에 몰아서 푸는 스타일이라
토욜에 낮잠을 많이 잤더니 일욜 새벽엔 잠이 안 왔다.

새벽 3시가 넘어서 잠이 들었는데 시골에 시향을 지내러 가야해서
4시반에 깨야 했다.

이른시간인데 단풍객 때문에 휴게소에 밥이 없다. -_-
면 밖에 없다!!

며칠전부터 제대로 밥을 못먹고 면만 먹어서 속이 부대낄것 같아 안 먹었다.

선산에서 시향을 지내다 밥을 먹는데.....밥이 없단다.
밥 반공기를 먹었다. 그런데 나중에 치우다 보니 밥이 남아 있었다 -_- 후아

선산이라고는 하지만 야산이라 산 같지도 않은 산인데
왼쪽무릎이 또 지랄거렸다.

늦게 출발을 해서 올라오는 길이 또 우악스럽게 막혔다.
안그래도 안구건조증이 심해지는데 야간 운전을 하다보니
눈알이 빠져나올것 같았다.

여산 휴게소에 들렀는데 '밥이 없다' -_- 사람이 우악스럽게 많다.
단풍 보고 들어가는 사람들이 너무너무 많았다.

결국 하루종일 한시간 반 자고, 밥 반공기를 먹었다.

마누라와 아이들을 부모님댁에 남겨둔채로 집에 오니 밤 12시가 넘었다.

김밥 두줄이랑 냉동만두를 렌지에 돌려서 먹고 샤워하고 나오니
두시가 다 되어 있었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간만에 안방 침대에 누웠다.

결혼을 하자마자 와이프가 임신한 이후 항상 거실에서 잤다.
윤석이가 태어난 이후로는 준석이를 데리고 준석이 방에서 요를 깔고 잤다.
상당히 오랫만에 침대에 누워봤다.
침대 속으로 몸이 꺼져들어가는 것 같았다.

잠들면 깨어나지 않을 정도로 깊이 잠이 들것 같았다.

여지없이 아침에 알람은 울리고 나는 일어났다.
몇주째 못버린 재활용쓰레기를 엉거주춤 들고 분리수거 하고 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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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사춘기라는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정도로
딱히 특별했던 기간이 없었던 것 같다.

언제였을까?

반에 있는지 없는지 몰랐던 아이에서
갑자기 말이 많아졌던 국민학교 6학년?
일년사이 8센티를 컸던 중학교2학년?
한달이 넘는 방학기간 내내 소집일 딱 하루 외출하고
단 한번도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칩거했던 고1?

중학교1학년때
저녁에 많이 울었다.

만일에 전쟁이 난다면, 그래서 내 아는 사람들이 죽는다면.
긴 시간이 흘러서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신다면
그래서 식구들을....그래서 아는 사람들을 더 볼 수 없게 된다면.
이런 생각을 정말 많은 밤동안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많은 날 컴컴한 방에 누워 눈물을 흘리다 잠들었다.

그때 였던 것 같다.

나에게 죽음이란 '더 볼 수 없다는 것'이었고
내가 눈물을 흘린건 '죽음'이란 말이 주는 뉘앙스보다는
그 소멸로 인해 파생되는 '더 이상 볼 수 없음'이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땐 왜 그랬을까?

그땐 이사를 갈 때에도 집의 먼지...서랍속의 죽은 벌레까지
모두 챙겼다. 내 근처의 존재들이니까.
그 존재들이 사라지면 '더 이상 볼 수 없음'이 되니까.

-----------------------------------------------
원래 없던것은 계속 없어도 슬프지 않다.

존재하던 것의 소멸은 슬픔을 동반한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소멸을 향해간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슬프다.
-----------------------------------------------

싸이에 4년 전에 썼던 글이다.

중학교 때에나, 4년 전이나, 지금이나.

나에게 있어 '존재'는 여전히 슬프다.




:
아침은 안 먹는다.

사실 원래 아침을 안 먹었던게 아니다.
다만, 다 씻고 준비하고 나가기 직전에 밥먹고 가라고 하면
난 먹을수가 없었다. 시간이 이미 셋팅이 된 상태니까.
그 상황에서 밥을 먹으면 늦는거니까.

그럼 엄마는 '쟤는 아침밥을 안 먹고 다닌다' 하고
묘하게 결혼 후에도 같은 상황은 이어진다.

줄 때 먹지 않으면 나는 '아침 밥을 안 먹는 사람'이 된다.

어쨌든 나는 아침을 먹지 않는다.

회사 근처에 마땅히 밥 먹을데가 없어서
항상 식당한곳에서 순두부를 먹는데
그게 그냥 음식점들에서 많이 파는 공장표 순두부다.
그냥 봉지 뜯어서 끓여 내오는....

원래 순두부찌개를 참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그 공장표 순두부를 일년째 먹으니 이건 뭐....
차라리 최민식이 먹던 '만두'가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암틈 점심을 제대로 못 먹는다. -_- 후아
나 원래 순두부 엄청 좋아하는데....

저녁은 보통 된장찌개에 생선한토막....
보통 생선은 와이프랑 준석이가 먹는다.
그리고 집에서 가져다준 밑반찬 몇가지.

된장찌개도 좋아하는게 맞긴 한데....
가끔은 조개국물 맛이 나는 된장찌개이거나..
혹은 게살 맛이 나는 된장찌개이거나...
또는 쑥이거나....또는 달래거나.....
어느날은 시래기이거나....

그냥 된장 맛 나는 된장국이다.
나름 고추나 호박이 있긴 하다.
맨날 먹으면 그냥 된장국이다.

속이 안 좋아서 가뜩이나 제대로 다 먹지도 못하는 점심도
굶고 하루종일 물 한잔 안마시고 딱 커피 한잔 마시고
퇴근 했다.

씻고 나오니 와이프가 준석이 밥을 먹이고 있었다.
상위에는 밥을 빼고 생오이, 계란후라이 한개, 생선한토막,
며칠전 먹다 남은 참치캔.

'어? 아 준석이 땜에 상을 차리다 말았구나' 했다.

된장찌개를 들고 오라고 했다. 들어다 놓았다.

끝.

처음엔 웃었다. 이런 상도 있구나.
강변하는 아내 말을 듣곤 화가 났다.
그리고 밥상을 물리고는 슬펐다.

정말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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